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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 Summer #7

                                                                                                      글 : 루비
#?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에는 새액-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하얀색 시폰 커튼으로 가려 진 창문 사이로 잠시 쨍한 핑크빛과 보라색 빛으로 어둑했던 방을 물들였다. 그 빛은 조용히 자고 있던 그의 얼굴 쪽을 덮었는지 눈을 찡그렸고 살짝 잠이 깬 듯 살짝 찌푸리며 눈을 살포 시 떴다. 멍한 눈으로 어두운 천장을 느릿-하게 끔뻑이며 바라보는 그의 귀에는 째깍-거리는 아날로그시계의 시침만이 흘러들어왔다. 멍한 눈을 느릿하게 다시 감고는 아주 작게 기지개를 열쇠는 그는 이내 다시 잠들기 좋은 자세로 뒤척였다.


“ 우움- ”


얇은 이불과 살 끝을 스치는 부스럭 소리가 여러 번 들리더니 곧 마음에 드는 자세를 잡은 듯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 사이로 그는 자신의 눈꺼풀이 다시 무겁게 내려오는걸 느끼고는 한 번 느릿하게 눈꺼풀을 끔뻑거리다 살포시 눈을 감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가요? ”


   누군가가 자신에게 질문하는 소리에 느릿하게 눈을 뜬 그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응 시하였다. 사방이 어둑한 공간에서 자신의 손과 발만 보이는 이곳에서 계속 흐릿한 목소리로 자꾸  본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리둥절해진  동그란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지만, 보이는 건 여전히 자신의 손바닥과 발이였다. 이내 털썩 앉아버린 그는 살짝 찡그린 눈으로 계속 질 문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누구세요-?」라고 물었지만 입만 뻐끔거릴 뿐 그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깜짝 놀라 자신의 목을 감싸며 당황하는 그에게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가까워졌고 목을 부여잡고 있느라 숙였던 시선 아래로 검은 구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 -!! ”


화들짝 놀란 그는 황급히 고개를 올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올려보았다. 


“ ..?”


찡그린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한  상태로  고개가  갸웃  틀어졌다. 그의  시야에는  어째서인지  질문하는  존재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얼굴의  이목구비만  흐릿했다. 그 정체는  대답하지  않는 그를 내려다보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 번 더 질문을 했다.


“ 이번에도 행복해 질 자신 있는 거 맞죠? “ 
” …. ”


아무 말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정체를 살펴보던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본인의 의사 아닌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이에  얼굴이  흐릿한  그 존재는  픽- 웃는  소리를  내었다. 한 쪽 입 꼬리가 아마 올라갔을 게 분명했을 것이다.


“ 그래요. 여전히 자신감이 대단한걸요? 언제나처럼 행운을 빌죠- 언제나처럼-“ 
” …!! “


그 말을 하고서는 얼굴이 흐릿한 그 존재는 자신의 왼쪽 정장 안에서 은색으로 된 총구를 하늘 향해 뻗었다.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그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 으음 귀를 막는 게 좋을 텐데-?” 
“ ...? ”
“ 하.. 정말 이번에도 똑같네요.. 전 분명 말했어요. -씨”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며 물음표를 가득 채운 얼굴을 한 그에게 총구를 든 존재는 이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거대한 소음을 내며 방아쇠는 당겨졌고, 그 사이로 흐릿한 존재는 무어라 중얼거렸다. 
“ 이...에도... 세요.”

 


#1

 


” 으아아아아악-!!!! “


   비명을 내지르며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헝클어진 머리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벌떡 일어난 그는 겁에 질린 듯 한 얼굴과 뒤엉킨 이불이 몸에 감겨 있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 그에게로는 창문을 넘어 햇빛이 쨍-하고 그를 비추고 있었다.


“ 하아.. 무슨 또 이상한 꿈을 꾼 거야... 아우 알람... 헉..! 지각이잖아!”


허억-거리며 급한 숨을 내쉬다 곧 살짝 풀린 그는 숨을 몰아내고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는 그의 귀에는 알람 소리에 살짝 찡그렸고 쨍쨍거리는 휴대폰을 뒤적이며 찾은 그는 화면 너머로 보이는 시간에 흠칫 몸이 떨며 알람을 다급하게 끄고는 침대를 뛰쳐나왔다.


“ 오늘 지각하면 안 되는데…!!”


사색이 된 얼굴로 허둥거리며 그는 다급하게 씻고는 옷을 챙겨 입고는 한 쪽에 가방을 들고서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벌컥-

  강의실 문을 열고서 들어온 그는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지각을 면한 그는 까치집을 하고 있는 머리를 가리기 위해 캡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으며 지난 밤 꿈자리가 사나웠던 탓인지 다크서클 짙은 눈가와 허겁지겁 뛰어와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제 시간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건지  주르륵  흘러내린 가방을 자리에 툭 놓고는 털썩 자리에 앉으며 모자를 살짝 벗고는 반팔티를 펄럭이며 숨을 몰아 내쉬었다.


“ 허억- 후우… ”
“ 앗 -! 채봉구-!! 지각 안했네~ ”
“ 얌마 은호야 형한테 반말을.. 하냐..후하.. ”


   겨우 숨을 내쉬는 봉구 옆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는 꽤나 화려하게 생긴 이 남성에게 은호라고 말한 봉구는 마구 놀림 받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생겨 외모에 신경 쓴 듯 한 옷을 입은 은호는 쫑알쫑알 지각 봉구라며 놀리던 은호가 이내 밤비에게 딱밤을 한 대 맞았다.


” 아-! 채봉구 진짜 ”
“ 쫑알쫑알 누가 먼저 시작했지? 그리고 형 ” 
“ 아 알았다고 형-!   채봉구 형! 아!! 내 이마… ”


놀리던 은호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며 흐헹- 하고 웃는 봉구와 자신의 이마를 양 손으로 문지르며 울상이 된 얼굴을 한 은호는 밤비에게 들릴 정도로 꿍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 아팠는지 찔끔 눈물이 고인 채 봉구를 바라 본 은호가 오늘따라 푸석해진 얼굴을 한 봉구에 살짝 눈썹을 찡그러지고는 말을 걸기 시작했다.


“ 형 오늘 잠 못 잤어요? ”
“   어엉- 하암… 괜찮으니깐 신경 쓰지 마라- ” 
” 아니.. ㄸ.. “
” 반갑습니다. 여러분- 덥네요~ 얼른 수업 시작 합시다- “


무심한 듯 말하는 봉구에 한 마디 하려던 은호가 벌컥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 온 교수님에 은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의 눈치를 슥 한 번 보고는 은호는 봉구쪽으로 틀었던 몸을 정면으로 틀었다. 그리고 대화를 이어가지 못해 입술을 삐쭉거리며 작게 밤비에게 말했다.


” 수업 끝나고 밥 먹어요. 형이 메뉴 골라요. “ 
” 그래- 수업 집중해라- “


은호의 말에 자기 마음대로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생각에 픽-하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동의를 했다. 은호는 아차-하며 자기의 메뉴 결정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어버버 거리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끙- 작게 앓다가 이내 수업에 집중하였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매미소리와 7월임에도 불구하고 타들어 갈 것은 후끈한 더위에 일찍이 켜진 에어컨 바람 아래 계절수업을 진행 중인 교수님의 수업 내용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 쯤 한 참을 집중하던 밤비의 집중력도 살짝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력이 떨어진 봉구는 자신의 한 손은 자연스럽게 턱을 괴고는 볼펜을 잡은 손은 수업 자료가 아닌 다른 종이로 옮겼다. 옮겨진 손은 무의식으로 줄로 된 종이 속 불규칙적으로 마구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에는 ‘누구지, 총?, 나를 왜?’ 무수한 물음표가 붙어 글을 써내려가는 봉구의 얼굴에는 점점 그늘이 지기 시작했으며 이내 교수님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맥박 소리만 귓가 웅웅 
거리며 들릴 뿐이었다.


“ -형! 채봉구! ” 
” 아-! 깜짝야! “


자신의 맥박 소리만 들리던 봉구에게 불쑥 얼굴을 들이민 은호는 밤비를 화들짝 놀라 앉은 자리에서 작게 뛰어 오르게 했다.


” 수업 끝났어요. 뭘 그렇게 쓰면서 멍을 때리는 거야? 얼른 챙겨요!   밥 먹으러 가자!! “ 
” 아오. 그래 그래 후아.. ”


언제  수업이 끝났는지  밥을  먹으러 가자며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민 은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밤비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느릿하게 가방에 교재를 넣은 밤비의 손은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손을 멈췄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 야 은호야 오늘 며칠이지? ” 
“ 으엉? 오늘? 7월 —일 ”
“ 뭐라고? “
” —일! 휴대폰 확인하면 되잖아! 채봉구 바보 “


이상하다. 분명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던 봉구의 눈은 무언가 잘못됨을 인지한 듯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은호의 말도 자신의 휴대폰을 바라보아도 제대로 된 날짜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봉구만 알면 된다는 듯 한 화면의 블러처리와 음소거 그리고 은호의 입모양까지 보이지 않은 현상에 급기야 봉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말았다.


‘ 또다…. ’


봉구의 행동과 그늘이 진 표정에 은호의 표정도 순간 굳었다. 은호 역시 봉구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봉구의 어깨를 살짝 부여잡고 작게 장난 서린 음정으로 봉구에게 말을 걸었다.


“ 아- 채봉구-! 나 배고프다고! ” 
“ .. 아 참.. 그래 가자 가 ”

은호의 물음에 봉구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마저 가방을 후다닥 챙기고는 강의실을 나갔다. 옆에서 점심메뉴를 나열하며 뭘 먹겠냐고 말하는 은호에 단호하게 덮밥을 먹자고 말하는 밤비와 또 같은 메뉴냐며 다른거 먹자며 투덜거리는 은호, 그리고 나한테 선택권을 주지 않았냐며 멀리서보면 싸우는 것 같아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그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그들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 아니 은호야 늑대가 두 말하는 게 어디 있냐 선택권도 나에게 줘놓고 “
” 여기서 늑대가 왜 나와..! 그리고 내가 선택권을 줬지만, 다른 메뉴 있잖아! 어제도 엊그제도 같은 먹었다 봉구야! ”
“ 뭐어-? 봉구야? 이 자식 형이라고 했지! ” 
“ 아악…! ”
“ 형들 뭐해요. ” 
“ 어 하민아 “ 
“ 하민아아..! ”


투닥거리는 둘 사이에 다가온 사람은 봉구보다는 크고 은호랑 비슷한 열쇠에 검은 모자와 검은 티, 체육하는 사람이라고 홍보하는 듯 한 그는 다름이 아니라 하민이였다. 투닥 거리던 두 사람도  반가운  듯 하민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둘은  자신의  말들을  서로  하민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하민아 봉구 형이 또 어제랑 같은 메뉴로 밥 먹자고…! ”
“ 은호가 먼저 메뉴 선택권 줬어 하민아 그럼 내가 먹고 싶은거 먹는 거잖아? ” 
“ 에… 그쵸.. 그렇지만 오늘은 제가 먹고 싶은거 먹으면 안되나요? ”
“에”
“ 어… 그렇지만… ”


둘의 투닥거림이 익숙한 듯 한 하민은 형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니 둘은 어버버 거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봉구와 은호는 막내인 하민에게 약했기 때문이다. 이걸 알고 있던 하민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했고 얼빠진 형들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빙그르 웃어보였다.


“  푸하하-  장난이에요.  은호형  밤비형에게  선택권을  줬으니  봉구형이  먹으러  가고  싶은거 
가죠. 그리고 저도 갈래요. ”
“ 그래그래 하민아 너 정말.. 같이 가자 형아가 쏜다. “ 
” 에 뭐야 유하민…!! “
” 앗싸 봉구형이 쏜다고 했어요? 은호형 그리고 먼저 선택권 줬다면서요― 그럼 지켜야죠~ “ 
” 하아.. 그건 그렇지… “


하민의 말에 위풍당당해진 봉구는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의기양양한 듯 쭉 어깨를 폈다. 옆의 은호는 울상이 되었지만 약속은 약속이다아.. 중얼거렸다. 자신의 편을 들어 준 하민에 봉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먼저 식당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이어 하민, 은호가 따라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 앉아 서로 뭘 먹겠다며 메뉴를 정했다, 그 사이 은호는 둘 중 뭘 먹을지 고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물 컵에 물을 따르던 하민은 “먹고 싶은거 먹으세요 도은호 씨” 라며 입술을 삐쭉였다. 아무래도 아까 성을 붙여 말한 은호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러나 은호는 “ 아잇 하민아~ ”하며 작게 삐찔거렸고 흥하고 씩 웃는 하민에 그러지 말어라~하며 하민을 달랜 은호에 그래요- 하며 다시 물 컵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호는 다시 메뉴판을 잡고는 끄응-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난치는 동생들 앞의 봉구는 귀엽다는 듯 웃고는 잠시 다른 생각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자신, 봉구에게 날짜가 보이지 않았 
던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꿈 역시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이전에도 분명히 꿈꿔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왜?


‘ 진짜 세상이 나를 속이는 건가.. ’


곰곰이 생각하던 봉구의 결론은 세상이 자신을 속이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과 왜 하필 자신인지에 대하여 텅 빈 눈을 하고서는 더 깊게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봉구의 표정에  하민은  봉구 앞 쪽으로  컵을  살짝 탁- 내려놓고  봉구를  불렀고, 눈썹을  찡그린 은호 역시 봉구를 불렀다.


“ 봉구형 ” 
“ 채봉구 ”


장난치던 목소리와 다르게 낮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집중시키려는 듯 한 하민의 목소리와 은호의 목소리에 팍 정신이 든 봉구는 흠칫하며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장난 가득한 짱구 같던 동생들의 표정에는 자신을 걱정하는 듯 한 표정이 가득했다. 조금 놀란 봉구는 이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동생들을 바라봤다.


” 왜 이놈들아 야 도은호 그리고 계속 형이라고 안할래? “
” 헤엥- 계속 멍때리니깐 못들은 거지 나 계속 형이라고 했다고~ 그치 하민아? “ 
” 모르겠는데요? “
” 뭐-?! “
” 풉 야 은호야 형아라고 해라- “


봉구의  표정이  풀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풀렸다. 풀린  분위기에  맞춰  곧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의 음식이 나오자 잘 먹겠습니다.를 외친 세 명은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평소와는 다르게 밥 양이 줄지 않는 봉구에 하민은 오물거리던 밥을 꿀꺽 삼키고는 봉구에게 말을 걸었다.


“ 형 무슨 일 있죠. ” 
“ 어엉? 아니? 없는데? ” 
“ 거짓말 ”


가자미눈이  된 하민이  양볼에  가득 우물거리며  눈을  피하는 봉구에  거짓말임을  눈치 채고는 봉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 어유 쩝 그래 숨겨봤자 뭐하겠니.. ”


봉구는 우물거리던 밥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 어.. 그게 아니고 또 그래 ” 
“ ... 또요? ”


하민 역시 봉구의 말을 이해했는지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고, 옆에 있던 은호는 언제 밥을 다 먹었는지 봉구와 하민의 대화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 어 그래 근데 지난번처럼 되진 않겠지 ” 
“ 형 역시 예준이형.. ”
“ 그러지마 ” 
“ ... ”


사색이 된 봉구가 입을 열기 전 은호가 먼저 하민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하민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저어버렸다. 하민은 입을 살짝 꾹 다물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둘 다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돼 ” 
“ 무슨 소리에요. 지난번처럼 기억... ” 
“ 은호야 ”
“ 하아.. ”


둘의 행동에 봉구는 밥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는 단호한 말투로 동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봉구의 단호한 말 때문 이였을까 아님 선을 느껴버린 걸까 은호는 울컥한 듯 말을 이어 나가려고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봉구에 한숨을 쉬며 작게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꾸욱 눌렀다.


“ 나 괜찮으니깐 밥 먹자? ”
“ .... ”
“ .... ”
“ 어쭈 둘 다 대답 안 해?! ”
“ 알겠어요. ”
“ 아 알았다고 그리고 나 다 먹었거든 바보야 ”
“ 이게 진짜..”
“ 아 그만해요- 정말- ”


못 말린다는  듯 하민은  봉구와  은호를  말렸다. 그리고는  봉구는  우물거리며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흥 콧방귀를 뀌던 은호는 턱을 괴고는 잠시 고민에 빠진 듯 생각에 빠진 듯 앉아 있더니 이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고는 우물거리며 밥을 먹고 있던 봉구와 하민에게 말을 했다.


“ 나 이 다음에 약속이 있어서요. 먼저 일어날까 하는데 괜찮을까 봉구형 하민아 ”
“ 약속 있었어? ”
“ 으음? 밥먹고 봉구형이 후식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쓴거 사준다고 했는데요? ”
“ 엥 하민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니 도은호 너가 계산하는 거 아니였어? ”
“ 아 당연히 계산하고 나갈 거에요! 대신 후식은 나는 다음에 부탁합니다 봉구님~”
“ 뭐? 야! 도은호..! 아 하민아 ”
“ 헤엥 형아가 사준다고 했잖아요. 안 사줄거에요? ”
“ 아잇 당연히 사주지.. 당연히... ”
“ 쩝- 그럼 저 먼저 일어날게요? ”
“ 야야 은호야 계산하는 거 지켜본다-? ”
“ 아잇 내가 그렇게 쪼잔해? 내가 산다고 했잖아 아오 정말 채봉구 ”


킬킬 웃는 봉구 소리에 으휴 하며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난 은호는 카드를 꺼내며 척척척 걸어가 계산을 했다.


“ 됐지-? 나 먼저 가? ” 
“ 오냐- 먼저 들어가라- ” 
“ 잘가요- 형- ”


픽 웃으며 손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뒤돌아서 나온 은호의 표정은 웃던 표정과 다르게 확 굳었다. 가로수를  걸으며  길을  가던  은호는  잠시  우뚝  멈추고는  결심한  듯 자신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짧게  신호음이  은호의  귓가를  울렸고  곧 딸칵-소리를 내며 화면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예준이형 저 은호에요. 다름이 아니라 봉구형이... ”


은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가로수 길 한 가운데 서서 머뭇거리며 통화를 이어갔다. 짧게 대화가 이어졌고 은호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어졌다.


“ 아 네 그럼 지금 제가 거기로 갈게요. 네네 네..”


휴대폰이 들린 손을 툭 내리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고 휴대폰이 없는 반대 손으로 자신의 얼굴 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가로수의 나뭇잎을 보았다.


“ 두 번은... 그렇게 되면 안돼.. ”

작게 웅얼거리는 은호는 결심한 듯 입으로 말을 내뱉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방금 전화로 정한 장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두려운 듯 한 얼굴을 띈 은호의 발걸음은 무겁게 한 걸음 한 걸음 
떨어져갔다.

#2

한 오피스텔 앞에 선 은호는 푹- 심호흡을 내쉬고는 912호라고 적힌 문 앞에 서고는 살짝떨리는 손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이 울리자 벌컥-하며 은호를 맞이한 사람은 안경을 쓰고 다소 편안한 복장의 남성이 서 있었다. 전화기 넘어 들리던 예준이였다.

“ 은호야 들어와 ”

“... 네 형 ”

“ 소파에 앉아 있어 커피 괜찮지? 아이스? ”

“ 아.. 좋아요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

오는 길에 입술을 하염없이 깨문 것인지 살짝 퉁퉁 부어있었고, 거실로 들어오는 그 짧은 거리에도 미간은 찌푸려 펴지질 않았다. 은호의 시선은 아래로 고정된 채 예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 은호의 모습을 금방 다 캐치한 예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호를 소파로 밀어 넣었다. 달그락 거리며 커피머신을 통해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담는 예준은 소파에 털썩 앉아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숙이고 있는 은호를 힐긋 보고는 커피를 만들며 한 마디 했다.

“ 봉구 언제부터 그랬어- ”

예준의 물음에 흠칫 크게 떨고는 은호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한 숨을 쉬고는 예준에게 대답했다.

“ 하아- 오늘 수업 들어와서요. 분명 어제는 안 그랬는데 말이죠.. 갑자기 또 날짜를 못 보잖아요.. ”

“ 아아.. 봉구 언제 마지막으로 그랬지? ”

“ ...그 때 사고 이후로는 안 그랬어요... 아무래도 아직 그 때 일이... 저 때문에 극복이 안된 걸까요.. 더 이상 안 그럴 것 같았는데... 분명..”

“ 은호야 ”

자신의 탓으로 몰아가는 은호에 예준은 단호한 목소리로 은호를 부르며 바라보았고 살짝 패닉에 있던 은호도 그 단호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예준을 바라보았다.

“ 그렇지만.. ”

“ 그 땐 어렸잖아 봉구도 우리들도 ”

“ ... ”

예준은 한 마디하고는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와서는 은호에게 건네 주었고, 은호는 양 손으로 받았다. 예준은 은호의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고 안경을 올렸다.

“ 노아에게도 말했니? ”

“ 아뇨 아직요.. 우선 형한테 먼저 말하는 거예요.. 노아형 또 걱정할테니깐요... ”

“ 그래 잘했어 노아한테는 내가 말할게 지금 은호 너도 진정할 필요가 있으니깐 ”

“ 감사해요... ”

컵을 만지작거리던 은호는 예준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아직 말하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 ... 형, 봉구형 어떡하죠... ”

“ 알잖아 우린 또 극복할거란 거 ”

“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이 일 이후로 반복하고 있잖아요.. 저.. 저는 그냥 봉구형이랑 형들이랑 하민이랑 함께하고 싶을 뿐인데... 저 때문에 ”

“ 도은호 ”

“ ... ”

밝고 뜨거웠던 여름의 낮은 어두운 구름으로 가려졌다. 이내 쏴아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준의 오피스텔 창문에 토독토독 빗물들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예준은 창문을 바라보았고 살짝 한 숨을 내쉬고는 뒤에 있던 책상에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톡톡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는 전화를 걸었다. 꽤나 길게 통화음이 걸렸고 전화를 끊기 전 달칵하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 노아야 방금 일어나서 정신없겠지만, 봉구.. 좀 살펴봐줘야겠어 ”

「-」

“ 응응 지금 은호는 우리 집에 있어 수업 끝나고 바로 온 거니깐 아직 학교에 있을 거야”

「-」

“ 응 알겠어. 그래 나중에 찾아갈게 ”

톡-하고 전화를 끊은 예준은 고개를 푹 숙인 은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동생에 패닉이 된 동생의 표정에 예준은 입을 살짝 달싹이고는 말했다.

“ 은호야 우리 고등학생 때 일은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어 ”

“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봉구형에게 일어난 사고는 없었던 일이 되진 않으니깐요.. ”

“ 그렇지.. 하지만 봉구도 용서했고 너도 나도 노아도 하민이도 노력하고 있지 ”

“ 하아- 죄송해요.. ”

“ 사과할 필요 없어 하지만 그렇게 좌절감에 미안함에 계속해서 있다면 봉구도 너도 극복 못해 그리고 몇 년 만에 다시 그러는 거잖아 지난번이랑 같아 우리는 극복할거니깐 알았지?”

“ ... 네.. 형... ”

“ 일단 노아한테 학교로 가라고 했으니깐 봉구랑 만나고 노아가 약 줄거야 그러니깐 걱정하지 마 ”

“ ...네... ”

“ 한 숨 자고 갈래? 아님 지금 작업 중 인거 마무리할래? ”

“ ...한 숨 자도 될까요.. 긴장이 조금 풀려서요... ”

“ 그래 일어나면 내 작업도 봐주고 우리 올해도 나가지? ”

“ 알겠어요.. 고마워요 형 ”

“ 뭘~ 방에 들어가서 자- 옷 갈아 입고~ ”

“ 네.. 고맙습니다. ”

예준은 은호를 방에 들여 보내고는 의자를 돌려 자신의 작업 책상 위 노트북 속 다른 자신의 작업을 내리고는 ‘성휘예고’라는 파일을 탈칵하고 눌렸다.

때는 몇 년 전 여름, 성휘예술고등학교는 시끄러운 고등학교에 여름방학이 시작 전에는 축제가 있던 학교였기에 학생들은 그 축제 준비에 들뜸이 가득한 여름, 그 사이 음악실에 모인 5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성휘예고에 있는 밴드부 일원들이였고, 그 들 역시 축제에 한 것 들뜬 목소리로 음악실을 가득 채웠다.

“ 형 이번에 저희 밴드부 축제 나가는 거죠? ”

“ 응-! 나랑 노아는 마지막이니깐 그치 노아야? ”

“ 으어엉-? ”

“ 하이고오- 침 닦고 말해 할멈... ”

“ 쓰읍- 영감 조용히 해 크흠- 하여튼 나랑 예준이는 마지막이깐 나가야지~ ”

은호의 물음에 예준과 노아가 투닥거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할 노래는..! ”

“ 이 노트북 안에 있지롱~ ”

“ 빨리 들려줘요. 형! ”

“ 헤엥 쪼꼬미 이걸 그렇게 쉽게 들려주겠어? ”

“ 하아-? 형 쪼꼬미라뇨! ”

“ 푸웁- ”

“ 큭... ”

“ 하하- ”

새로운 노래의 발표에 초롱초롱한 눈빛을 머금은 봉구가 질문하자 씨익- 웃은 노아는 귀엽다는 듯 봉구를 놀렸다. 그에 봉구는 발끈하였고, 은호, 하민, 예준은 그런 봉구에 웃기 시작했다. 이렇게 밴드부는 시끌시끌 축제에 들뜸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 큭큭.. 크음 자자- 진정하고 우리 작업해 온 노래 안 들어 볼 거야? ”

“ 그래 나랑 예준이 그리고 우리 은호가 함께한 작업한 거 안들어 볼 거야? ”

“ 뭐야 도은호 언제 같이 했냐?! ”

“ 아 혀엉-! 나 시험 전에 분명 말했잖아! ”

“ 아 미안미안 ”

“ 봉구형은 바보야 ”

“ 에 하민아... ”

“ 자자 고만하고 이제 노래 들어봐야지? ”

상황을 정리한 예준에 네 명의 밴드부원들은 노트북을 중심으로 둘러싸 앉았고, 예준이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조용히 듣던 부원들은 각기 자신의 리듬에 맞춰 자신의 몸을 들썩이기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노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고 옆에 앉아 살짝 긴장한 예준과 은호를 톡톡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예준과 은호는 초롱 눈에 빛을 내는 봉구와 하민에 안심이 된 건지 활짝 웃어보였다.

“ 엇-때-?! ”

“ 형! 형! 너무 좋아요 빨리 빨리 연습해요! ”

“ 맞아요. 빨리 연습해요. ”

​예준의 물음에 봉구와 하민은 들뜬 목소리로 연습을 얼른 하자고 재촉하였다. 그렇게 노래의 연습은 물 흘러가듯.. 시작되어 보였다.

봉구와 은호의 충돌이 있기 전까지는

  덥고 습하고 모두가 예민해지는 그런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장마 속 어느 날, 음악실에는 은호와 봉구의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단 둘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축제까지 디데이는 3일이였으나 예준과 노아는 학생회와 학급 회의로 빠졌고, 하민은 종종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연락이 되지 않았기에 드럼인 은호와 일렉을 담당하는 밤비만 연습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추적추적 비가 음악실의 창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연습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습 중 봉구의 실수가 연달아 하게 되었을 때 은호이 한 마디가 음악실에 울렸다.

“ 아 봉구형 그 박자가 아니라니깐? ”

“ 아.. 알겠어 다시 해볼게- ”

평소와는 다르게 짜증이 살짝 묻어 있는 은호의 말투에 봉구는 살짝 눈치를 보며 다시 연습을 했다. 하지만 재박자에 맞춰 연습한 봉구에 불구하고 은호는 한 번 더 봉구를 바라봤다.

“ 형- 하아.. 저 지금 조금 예민한 것 같으니깐 쉬고 올게요. ”

“ 어어 그래 은호야 쉬고 와라 ”

“ 음료 마실래요? ”

“ 어 나 아무거나 ”

“ 유자차에 휘핑크림? ”

“ 야.. 그냥 딸기라떼 아이스로- ”

“ 애기네- ”

“ 아오 저게 진짜 ”

 

예민함을 스스로 통제 못함을 인지한 은호는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연습실을 나왔다. 사실 봉구에게 화낼 일은 아님을 은호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은 자신의 감정을 지금의 통제를 다스리고자 했다. 사실 은호 본인도 완벽한 성향의 강박에 상대에게도 집요하게 강요함을 눈치 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춘기,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참 자신의 세계가 성립되는 시기, 이 시기의 은호는 지난번 평소와 같이 투닥거림이였으나 봉구는 강압하고 자신보다도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강압하는 은호의 태도에 기분은 상했고, 봉구는 솔직하게 은호에게 상처받음을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봉구는 은호의 태도에 조심해달라고 했다. 소꿉친구이자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준 봉구에게서 어쩌면 너무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듣게 되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마냥 띵했을터였다.

그 일로 은호는 노아와 예준에게도 상담을 했다. 그 때 노아와 예준은 은호에게 통제에 대하여 상대방이 아니라 스스로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가깝고 아끼는 사람에게는 무의식으로 강압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은호는 형들의 말에 스스로가 감정에 잠식되지 않도록 강요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스스로 통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했던 은호는 그 방법 중 하나가 환기를 위한 산책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 이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 방법을 찾은 은호는 생각 정리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우산을 팡- 펼치고는비오는 교문을 슥- 지나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봉구의 음료와 자신의 커피 산 은호의 얼굴에는 아까와 다르게 한결 나아진 얼굴로 음악실로 걸음을 옮겼다.그렇게 은호는 자신의 감정이 통제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몸은 축 늘어지고 계속 연습했던 부분은 이상하게 수십 번 수백 번을 해도 같은 곳에서 삐긋거리는 그런 날, 그렇게 운수 좋지 않은 날이 봉구에게는 오늘 이였다. 실수를 하는 자신에 누구보다 속이 답답하고 점점 표정이 굳어가는 은호에 그 의미를 뻔히 알고 있는 봉구는 누구보다도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남은 연습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봉구도 스스로가 답답했을 것이다. 봉구의 실수가 반복되자 은호도 점점 답답했는지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왜 그러지? 속으로 생각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 야 은호야 나 오늘은.. 그만 개인 연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 그래요. 뭐 계속해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오늘은 포기해요. ”

“ .... ”

은호의 단호하다면 단호한 말에 봉구는 고개를 숙이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봉구도 스스로가 답답했고, 은호의 포기하라는 말에평소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을 봉구에게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 말이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은호의 말이 자꾸만 곱씹게 되어 스스로 자책하다 이내 화로 바뀐 감정은 짐을 챙기는 그 순간에 행동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호는 의자에 앉아 창문을 보다 봉구의 행동에 슥- 확인을 하고는 아차 싶었는지 벌떡 일어나 봉구에게 다가갔다.

“ 형 ”

 

“ ... ”

“ 내 말이 잘 못 전달... ”

“ 됐어 포기하면 되지 뭘 ”

“ 하아 그 말이 아니라 ”

“ 괜찮다고 오늘은 그만하자 나도 좀 쉬어야겠어. ”

“ 진짜 내가 말 잘.. 형-! ”

은호가 다가가 말을 걸자 봉구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내 은호의 대화에 봉구는 괜찮다는 듯 무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고는 음악실을 나갔다. 나가버린 봉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은호는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고는 끄응- 거렸다.

그 사이 봉구는 음악실에 나오자마자 얼굴을 꾸깃-거리며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 나도 알아 안다고 뭐 계속 실수하고 싶어서 실수해? 나도 실수 할 수 있지 아 이 짜증은

뭐지? 속상함?’

“하아 진짜.. ”

속으로 자신의 감정이 왜 그런지 생각하던 봉구는 신발을 갈아 신고는 출입문 쪽에 털썩 쪼그려 앉아 자신의 머리를 탈탈 털었다. 그도 사춘기를 겪는 10대이고, 오늘의 하루는 그 역시 처음 살아가기에 어려웠을 것이다. 앉은 자리에 꿍얼거리는 봉구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 봉구 혀엉-! ”

“ 우왓-!! ”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건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하민이였다. 하민의 등장에 봉구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했고 하민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넘어질 뻔한 봉구를 잡아줬다. 이상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하민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리고 봉구가 이렇게 고민이 있을 땐 언제나 하민이 먼저 찾아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민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하아 하민아 오늘 안 오는 날 아니었어? ”

“ 아 그게 생각해보니 제가 날짜를 착각했더라구요. ”

“ 무엇을? ”

“ 그런 게 있어요~ 으음 근데 형 고민 있어요? ”

“ 아... 그냥 그런 게 있어 ”

“ 은호형이랑 다퉜구나? ”

“ ?! 아니거든?! ”

“ 형... 얼굴에 다 티나요... 그리고 오늘 은호형이랑 연습인데 지금 이 시간에 형이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되죠.. ”

그렇다. 연습한지 두 시간도 안됐으니 평소보다 일찍 가는 봉구가 이상했을 것이다. 죽어라 연습하고 무대 위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봉구가 이렇게 일찍 갈일이 없는데 하민은 가자미눈으로 봉구를 바라보았고, 봉구는 끄응-하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흐응 역시.. 형 그래도 은호 형이랑 이야기 해볼거죠? ”

“ 으응... 말해야지... 그렇지만 지금은 안 돼 내 감정이 그렇게 좋지 않거든... ”

“ 음 그럼 우선 집 가서 뜨-끈-하이 씻고 쉬어요. 그럼 생각 정리 되지 않을까요? ”

“ 그래 하민아 그래야겠다. 에고에고 너는? 집 안 가? ”

“ 헤헤 저는 예준이형이랑 노아형 보고 갈려구요. ”

“ 그래- 고맙다. 그럼 나 먼저 간다? 끙차- ”

“ 네에- ”

하민은 봉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봉구에게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기분을 풀어주었다. 그 짧은 대화에 봉구도 기분이 살짝 풀어졌는지 혼자서 끙끙 앓을 때 보다 표정이 좋아보였다. 풀린 표정으로 끙차하며 일어 선 봉구는 하민에게 인사를 하고 우산을 팡-하고 펼쳤다. 그리고 뒤에서는 하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 -하세요! ”

뒤돌아 선 봉구에게 하민은 뭐라고 외쳤지만,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하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봉구는 갸웃했지만 우선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뒤돌아 선 봉구에 하민의 표정은 아까와 다르게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봉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봉구가 교문 밖을 나가자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교문 밖에서는 크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하민은 눈을 질끈 감게 되었고 곧바로 예준과 노아가 있는 학생회실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복도에서 쿵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은호는 물음표가 가득한 상태로 문을 살펴보았고 이내 음악실 문이 쾅-하고 열렸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예준이 땀을 살짝 흘리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은호는 불안한 듯 표정이 굳기 시작했고, 성큼 다가와 예준이 은호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저 쿵쿵-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만이 귓가를 맴돌 뿐이었다.

예준은 패닉의 빠져 안절부절 못하는 은호를 데리고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은호는 옆에서 자신의 얼굴을 쓸어 내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하며 불안해했다. 그런 은호의 어깨를 예준은 토닥였다.

“ 은호야 괜찮아 봉구 놀라서 쓰러진 거래 ”

 

“ ... ”

예준의 말은 은호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빨리 병원으로 가 봉구의 상태를 확인해야했다. 은호의 생각이라도 읽은 걸까 택시는 예상보다 빨리 병원에 도착했다. 은호는 도착하자마자 택시에 뛰쳐나갔다. 응급실로 뛰어가는 은호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 내가.. 내가 형을 화나게 해서 내 탓이야.. “

택시에서부터 중얼거리며 자신의 탓을 하는 은호의 말에 예준은 재빨리 은호 뒤를 따라가 붙잡아 세웠다. 그리고 정신이 없는 은호를 단호하게 불러 무슨 일인지 물었다.

“ 은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

“ 혀엉.. 제가... 제가 봉구형한테 연습을 하다가.. 그게 포기하라고 제가 혼자 아.. 심한 말을 했어요.. 어떡해요? ”

“ 은호야 진정하자 봉구 심하게 안 다쳤어 응? 음주 차량이 돌진하던걸. 봉구가 피하다가 넘어진 거야 그리고 놀라서 쓰러진 거뿐이고 응? ”

“ 그렇지만.. ”

“ 일단 입원실로 옮겼다고 노아가 그랬으니깐 여기 말고 입원실로 갈까? ”

“ .... ”

횡설수설 불안해하며 마구잡이로 말을 하는 은호를 진정시킨 예준에 겨우 고개를 끄덕인 은호를 데리고 봉구의 병실로 데리고 갔다. 

드르륵-하고 병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비에 젖은 예준과 은호 그리고 노아, 하민이 있었다.

노아는 들어오는 예준과 은호에게 봉구의 상태를 전달했다.

“ 크게 걱정할 건 없다더라, 차량 피하다가 다른 차량이랑 부딪힐 뻔 했는데 부딪히지도 않았고 그 순간에 놀라서 기절한 것 같다더라.. 작은 타박상은 있지만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고 하고...

우리 핑쪼 참.. 형아들이랑 동생들 놀라게 하는데 선수야- ”

“ ... ”

“ ... ”

“ ... 저.. 노아형.. 제가 옆에 있어도 될까요...? ”

“ 그래 나랑 은호 있을 테니깐 둘은 잠시 쉬고 와 ”

“ .... 그럼 잠깐 하민아- 잠깐 나갔다 오자 ”

“ ... 네 ”

노아의 말에 예준과 하민은 은호의 표정을 살펴보았고, 은호는 간이 의자에 털썩 축 처진 어깨를 하고서는 앉았다. 이에 노아는 잠시 자리를 피해주고자 했다.

노아와 하민은 병원 밖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 노아는 하민에게 한 마디 했다.

 

“ ...유하민 너 어떻게 알았어 ”

“ 뭘요? ”

“ 너 봉구 안 살펴보고 바로 왔잖아 우리한테 ”

“ ... ”

“ 하아.. 뭐냐 진짜 ”

하민의 침묵에 노아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끄응- 거리자 하민은 입술을 오물거리며말을 했다.

“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믿든 말든 이건 형 자유예요. 듣겠어요?

“ 뭘 ”

“ 들을 거냐구요. ”

낮고 진지한 하민의 목소리에 노아는 하민을 바라보았다. 하민은 벽에 기댄 체 바닥만 보며 다시 이야기 했다.

“ 들어.. 주실 건가요? ”

“ 하아- 그래 뭔데 ”

“ 봉구형.. 이제 앞으로 이 기간에 대해서 기억 못해요. ”

“ ? 그게 무슨 말이야 ”

“ 봉구형 기억에서 축제와 관련한 일들이 사라질거라구요. ”

“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봐 ”

하민의 엉뚱한 말에 노아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한 표정으로 하민을 바라보았다. 다친 건 봉구인데 왜 하민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민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는 노아에 슬쩍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 ... 봉구형이 ‘모두 잊고 싶다.’라고 생각했으니깐요. ”

“ ... ”

하민의 눈은 냉정했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것 마냥 단호하고 냉정했다.

“ 아마 은호형이랑 다툼..이 있었을 때 무의식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축제가 아니였으면, 내가 실수하지 않았으면’ 이러한 생각 때문에 기억의 일부분이 통째로 흐릿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거죠. ”

계속해서 아리송한 말로 노아에게 설명하는 하민에 노아는 머리가 아파왔고 이해할 수 없어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러니깐 봉구가 은호랑 다투고 무의식으로 축제라는 걸 없애고 싶었다고? 그렇게 기뻐했던 봉구인데..?

 

노아의 생각이 복잡해질 때 쯤 자신의 폰으로 예준이 연락이 왔다.

“ 응 예준아 ”

「노아야.. 봉구 일어났어 근데..」

“아 봉구 일어났어? 응 왜 ”

「 ... 봉구가 봉구가... 기억에.. 조금 이상이 생겼나봐.. 어쩌다가 병원을 오게 된 건지.. 기억

을 제대로 못하네...」

“ ...뭐...? ”

예준의 말에 노아는 폰을 들고서는 하민을 바라보았고, 하민은 알 수 없는 듯 한 표정으로 노아를 바라보았다.

“ 일단 알겠어- 곧 올라갈게 ”

전화를 급히 끊어버리고는 노아는 하민을 바라보다 이야기를 했다.

“ 니 진짜 어떻게 알았냐. ”

“ 그건- 비밀이에요. 형 ”

“ 하아.. 단기인거야 평생인거야 말해 봐 ”

“ 그건 봉구형에게 달렸죠. ”

“ 음악을 좋아하는 애야 너도 알잖아.. 은호는 분명 자기 탓이라고 할 거고.. 애들 둘 다 상처 줄 수는 없어.. 너는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방법을 ”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미간을 찌푸린 노아는 하민을 바라보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노아를 힐긋 바라보고는 역시-라며 속으로 외치던 하민은 노아에게 말했다.

“ 거래할까요? ”

“ 야-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

“ 저는 ‘직접적’으로 도울 수 없어요. 그러니 형이 저와 거래를 해야죠. 그럼 봉구형과 은호형도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질 거에요. ”

“ 하아 진짜 유하민 ”

“ 싫어요? ”

그럴 리가 동생들을 아끼는 노아의 마음은 누구보다 컸다.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모르지만, 소중한 동생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지키기기 위해서는 노아는 망설임이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하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노아를 바라 보았고 자신의 주머니에 약 봉투를 꺼냈다.

“ 이 약이 봉구형의 기억이에요. 우리의 지금까지 청춘을 담은 기억이자 추억이죠. 먹으면 기억할거에요- ”

 

‘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

하민이 건넨 약 봉투에는 두 알의 캡슐약이 있었다. 노아는 하아- 한숨을 내뱉고는 탁-하고 약을 손에 쥐었다.

“ 그래서 뭘 계약하자고 ”

“ 간단해요. 저랑 놀아주세요. ”

“ 에엥 뭐어-?! ”

약을 가지고 간 노아에게 생긋 웃으며 하민은 말했다. 자꾸만 하민을 놀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신에게 작은 복수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한 노아는 아주 잠깐 황당했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봉구형한테 갈까요? 노아형? ”

“ 아휴 그래 가자 가! ”

노아와 하민이 병실로 갔을 때는 은호는 자신의 탓이라며 훌쩍이고 있었고, 예준은 은호의 잘못이 아니라며 토닥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봉구는 살짝 난감한 듯 은호에게 야 뭐가 너 잘못인데- 하며 달래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아는 작게 한 숨을 쉬고는 봉구에게 다가갔다.

“ 쪼꼬미 나 누구야 ”

“ 아.. 노아형 무슨 소리 하는거예요? 얼레 하민이도 왔네. 나 튼튼해서 완전 괜찮은데?! ”

“ 아니잖아아.. 훌쩍.. ”

“ 은호야 봉구 진짜 괜찮데 ”

“ 아냐 채봉구 안 괜찮아 그래서 방금 약 하나 받아 왔어- 이거 먹어래- ”

“ 그랬어? 아까 아무것도 안가져다 주던대... ”

“ 아 예준이형 제가 노아형이랑 들어오는 길에 받아왔어요. ”

“ 아- 그래? ”

“ 뭐야 남예준 내 말 못 믿어-? ”

“ 아잇 그럴 리가- ”

“ 형 그거 한 봉지만 먹으면 된대요? ”

“ 엉-? 어엉- 자 얼른 먹어 ”

“ 네- ”

다섯 명이 모이자 봉구의 입원실은 시끌시끌했다. 다행히도 6인실 이였지만, 봉구만 있었기에 이정도의 시끄러움은 괜찮았다. 노아에게서 약을 받은 봉구는 곧장 약을 털어 먹었고, 읏-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잠시 부여잡고는 끙-거렸다. 거기에 놀란 은호는 봉구에게 다가가서는 안절부절 못했다.

 

“ 봉구혀엉... ”

“ 어어 은호야 괜찮아- ”

괜찮다는 말에 안심할 수 없었던 은호는 계속해서 봉구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아지 같다고 생각한 봉구는 픽-웃으며 은호의 비에 젖었다 마른 머리칼을 휘저으며 웃어 보였다.

“ 짜식 형아 괜찮다니깐- 우리 빨리 연습해야하는데 내일까지는 못할 것 같단 말이죠? ”

“ !! ”

“ 엥 다들 왜 그래요? ”

봉구의 말에 예준, 노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 중 가장 놀란 사람은 은호였다. 분명 기억을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또륵또륵 눈물을 흘렸던 게 몇 분 전이였는데 놀란 세 사람에 봉구는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고, 왜 그러냐며 질문을 했다. 그에 예준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봉구에게 말했다.

“ 그래- 우리 연습해야지- 최고의 노래를 들려줘야지 그치? ”

예준에 말에 봉구는 웃어보였고, 은호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으나 이내 거두고는 하민을 툭-치고는 고맙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에 하민은 별거 아니라는 듯 눈썹을 올려 살짝 웃어 보였다.

‘ 지금의 행복을 놓칠 순 없어 ’

다행히도 봉구는 하루 만에 퇴원을 했고, 예준과 은호의 걱정도 있었지만 봉구는 예준, 노아. 은호, 하민이와 함께 연습을 하고 축제의 무대를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봉구의 기억은 다시 되돌아 와 더 이상의 괴로움은 없을 줄 알았다.

 

 

 

과거 생각에 빠졌던 예준은 자신의 안경을 다시 올리며, 파일의 노래를 다 듣고는 뚝-하고 닫았다.예준의 오피스텔 밖에서는 여전히 빗물이 토독토독-거리며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방문 너머로는 끄응 거리다 겨우 잠들어 새액거리는 동생 은호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자신의 의자를 뒤로 젖히고는 아무 무늬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안경을 벗은 예준은 생각했다.

‘ 이번에도 함께 같이 달려 갈 수 있길... ’

 

# 3

 흰색 캡모자를 쓰고 방금 집에서 나온 건지 편안한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다급하게 걸어가는 한 남성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 전화 좀 받아라.. ”

남성의 중얼거림을 들 은건지 전화기 너머로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 목소리가 들렸다.

“ 유하민! 너 지금 채봉구랑 있지! ”

「오 노아형 어떻게 알았어요? 근데 지금은 하민이 잠시 화장실 갔는데」

“ 봉구야..! 너 지금 어디야? ”

「 어 지금 학교 근처 카페인데 오실래요? 커피 시켜 둘게요- 」

“ 알겠어. 거기로 갈 테니깐 거기 있어 ”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밝은 봉구의 목소리에 노아는 급하게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봉구와 대화를 이어갔다. 이내 전화를 끊고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카페에 있던 하민은 밖에 나와 이미 노아가 올 줄 알았다는 듯 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 유하민...! ‘

“ 네- 노아형- ”

“ 하아- 이게 무슨 일인데?! 분명 몇 년 전에 약 먹었잖아 ”

“ 형- 진정하고 제 말 들어요. ”

“ 아니 왜 왜 다시 그러는 건데..! ”

노아는 살짝 화가 난 듯 하민을 몰아 붙였다. 하민과의 약속도 잘 지켰는데 왜? 라며 의문투성이인 얼굴로 노아는 하민을 바라보았다.

“ 간단해요- 10대의 청춘은 끝났으니까 더 이상 추억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

“ 뭐...? ”

“ 우리 곧 대학축제죠? 우리 밴드부 또 무대 오를 거구요? 그거에 대한 추억이 이어져야하는데 봉구형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니 약의 효과가 떨어진 거죠- ”

으쓱 자신의 어깨를 들어 올렸다 내린 하민은 노아를 바라보았다. 한 편 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 10대의 청춘이 왜 끝났는가. 아니 20대까지 이어져야 하는 거 아냐? 아니 그럼 봉구는 더 이상 우리와의 추억이 필요 없는 건가? ’ 노아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에 하민은 살짝 숨을 내뱉고는 노아에게 말했다.

 

“ 이번에는 약이 없어요. 20대에 추억이 아직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봉구형에게 각인될만한 기억 캡슐이 없다구요. 특히 요즘에는 형이랑 예준이형 은호형만 모여서 작업해서 봉구형은 더 고립을 느꼈을 수도 있구요. ”

“ 아니 그건.. 우리 곡 작업한다고.. ”

“ 그렇지만, 한 번 사라지고 싶다라고 생각을 두 번은 생각 못할 리가 없잖아요. 더해서 봉구형 요즘 계속 혼자 있었구요. ‘

“ .... 그럼 어떡해.. ”

“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줘야죠. ”

“ 하아- ”

“ 일단 들어가요 예준이형한테는 제가 연락할게요. 분명 은호형이 예준이형 찾아가서 이야기 다 했을 거예요.”

“ 어엉- 그렇다더라.. 하아.. 일단 나 영감한테 한 통하고 들어갈게 먼저 들어 가”

“ ... 알겠어요. ”

생각이 많아진 노아는 우선 하민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추억’, ‘청춘’ 밤비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했나...? 좋은 곡으로 함께 올라가고 싶었던 자신의 생각이 너무 이기적 이였나? 공유를 하지 않았나? 여러 생각을 하며 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게 신호가 가고 딸칵-소리와 함께 예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예준아 밤비 만났고, 우리 작업하던 거 거의 마무리 다 된 거지? ”

「 응 그치 지금 은호랑 마무리 수정 중이야 」

“ 그럼 그거 들고 동방 와 봉구 의견도 들어봐야지 ”

「 지금? 」

“ 엉 봉구랑 하민이 데리고 갈 테니깐 은호랑 같이 튀어와- ”

「 알겠어. 곧 챙겨서 갈게 」

“ 엉- ”

짧게 통화를 마친 노아는 봉구가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봉구는 소파에 편안하게 누운 듯 앉아 게임을 하다 딸랑거리는 소리에 슬쩍 문을 보다 노아가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는 방긋- 웃고는 손을 뻗어 노아를 반겼다.

“ 형-! ”

방긋 웃는 봉구에 노아는 살짝 웃어주고는 다가갔다. 덤덤하게 아무 것도 모르는 것 마냥 다가갔다. 봉구의 맞은편에 앉은 노아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핑쪼야 우리 이번에 축제에 올라가는 거 알지? ”

“ 알죠? ”

“ 우리 노래 거의 완성이 됐어 ”

“ 엥 진짜요?! 언제요? ”

 

이런-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미간을 찌푸린 노아였다. 분명 며칠 전에 거의 완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구는 모른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고 이전과 다르게 반짝거리는 눈빛이 없는 봉구에 눈을 아주 잠시 질끈 감았다 떴다.

“ 응 우리 노래 나왔으니깐 가자 연습하러 ”

“ 지금요? ”

“ 응 예준이랑 은호도 올 거야 ”

“ 아아... ”

“ 안가면 채봉구 바보 ”

“ 뭐-? 하민아 ”

“ 풉- ”

“ 형-?!”

“ 우리 핑쪼 바보되기 전에 형아랑 가자- ”

“ 정말...! 알겠어요! ”

하민의 장난스러운 말에 발끈했다가도 허둥거리는 봉구에 노아는 웃어보이고는 장난치며 봉구를 이끌고는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하민도 조용히 웃으며 그 둘을 따라 갔다.

비가 한 참 오던 오후와 다르게 비가 그치고 살짝 바람이 불기 시작한 밤과 새벽의 경계 그 사이가 될 때쯤의 학교는 고요하고 조용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살짝 소름이 돋은 봉구는 사진의 어깨를 감싸고 살짝 떨었고, 노아와 하민의 사이에 끼여 함께 동아리방에 도착했다. 노아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고 철컥-하고 열려고 하니 이미 누군가가 열었는지 헛돌았다. 아까 연락해 먼저 도착해 장비를 만지고 있던 예준과 은호였다. 문을 벌컥 열어보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던 예준과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은호는 아까 헤어졌을 때보다 눈이 조금은 부어 살짝 빨개져 있었다. 안경을 쓴 예준은 새벽 공기 싸늘했는지 짙은 푸른 계열의

얇은 남방을 걸치고는 들어오는 세 사라에게 웃어 보이며 반겼다.

“ 노아야- 봉구야- 하민아-! ”

“ 형 오셨어요? ”

“ 오냐- 다 준비했어? ”

“ 네 앉으면 틀어드릴게요. ”

“ 자자- 언능 앉아보자- ”

노아의 마지막 말로 노아와 봉구, 하민은 몇 년 전 그 날처럼 노트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앉았다. 앉음과 동시에 노아는 은호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은호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렸다.

동아리방은 순식간에 그들의 노래로 가득 찼다.

 

노아와 예준 그리고 은호는 봉구와 하민의 표정을 살폈다. 반짝 빛나지 않았던 봉구의 눈빛은 그 날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 옆의 하민은 눈을 꼭 감고 리듬을 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다 본 노아는 자신의 몸과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안도하는 듯 크게 웃어보였다. 봉구의 눈빛이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고 있었기에 노아는 안심했다.

“ 푸하- 우리 핑쪼는 바보네- ”

“ 에 형 저 같이 왔는데 왜 바보에요-! ”

반박하는 봉구에 고개를 살짝 기우리고는 씩- 웃으며 노아가 말했다.

“ 봉구야, 우리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오늘을 매일을 보내고 있어 그래서 우리에게 완벽한 답을 내 줄 수 있는 이는 우리 스스로 뿐이야. ”

“ 형.. ”

“ 그리고 우리는 무채색의 바탕에서도 새로운 색을 꺼낼 수 있고 ”

“ 봉구형... 어느 계절이든 우리가 함께라면 많은걸 쌓을 수 있어요. ”

“ ...뭐야... 다들 왜 그래요. ”

예준과 그리고 은호도 노아를 뒤이어 한 마디씩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괜히 부끄러워진 봉구는 왜 그러냐며 살짝 큰소리를 말하며 하민을 바라보았고 하민은 그저 빙긋 웃으며 봉구를 볼 뿐이었다. 그제서야 봉구는 알아차렸다.

‘ 아- 다들 알고 있었어. ’

봉구는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다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웠는지 귓가가 살짝 붉어있었다. 그러나 문득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고개를 팍- 하고 들어올렸다.

“ 우리 노래 공개-! 8월 24일이죠!”

“ !! ”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해낸 봉구에 예준, 노아, 은호, 하민은 놀란 표정으로 봉구를 바라보았다.

“ 아 근데 우리 그 전에 완성할 수 있을까요-? 요즘 연습 양이 적어서... ”

“ 그게 뭐가 걱정이야 완벽하지 않아도 돼 조금 틀리면 어때 ”

“ 맞아 핑쪼야 넌 걱정이 너~무 많아~ ”

“ 봉구형 그렇게 무리 안 해도 돼요. ”

“ 아직 시간 남았으니 연습하면 되죠. ”

봉구의 걱정에 예준, 노아, 은호, 하민은 봉구를 다독였다. 그에 봉구를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웃어보였고 뭐얏-! 나 빼고 다들 연습했지-!!하며 텐션이 돌아왔다. 그렇게 다섯 명의 새벽은 뜨거운 한 낮의 태양보다 더 뜨겁고 밝게 빛나 마침내 행복이라는 단어로 뭉치게 되었다.

 

그렇게 그들의 청춘은 10대의 빛과 다르게 더 밝고 솔직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역시 당신을 선택한 건 옳았어요.

이번에도 역시 해피엔딩이네요. 하하-

으음.. 당신을 좋아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이 많아요.

당신은 오늘을 처음 살아가는데 어째서 실패라고 생각했나요?

매일 다가오는 ‘오늘’에는 정답은 없는데 그곳에서 길을 잃어

당신의 청춘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죠.

뭐 전, 덕분에 또 즐거운 엔딩을 가지게 되었지만요.

아 이런 제가 누군지 궁금해 하다니

으음... 이미 눈치 채셨잖아요?

이런, 절 너무 혼내지는 말아주세요.

그럼 오늘 처음마주하고 이겨낸 당신의 청춘

잘 가지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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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anks To.

Melting Dream님

연이

정이

그리고 컴백을 축하하며

PL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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