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되는 계절의 중간에 있어.
그토록 바랬던 어둠 속의 빛을 찾고 말았어.
- 플레이브 ⌜여섯 번째 여름 中⌟
***
들판 위 노란색 꽃이 가득히 펴있다.
여름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풀과 꽃들 사이로 햇빛을 받아 노란 머리카락이 더욱이 반짝인다.
바람에 날려 얼굴 앞까지 날아온 꽃을 잡은 남자는 꽃을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다가 불어오는 바람에 꽃을 다시 날려준다.
날아가는 꽃을 바라보는 남자의 이름은 한노아.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들판의 중심에 서 있는 한노아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써내려 볼까 한다.
***
‘우리 플레이브 할래?’
Plave.
처음에는 대뜸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는 예준이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예준이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예준이가 이야기한 한 문장으로 인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멈춰있던 나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랑 같이 노래하자.’
노래.
나의 오랜 꿈이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음악이 좋았고, 노래하는 게 좋았지만, 현실은 정말로 잔혹했다.
꿈을 꾸고 있다고 하여 현실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잔혹했으며 처음에는 괜찮다고,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 나중에는 꼭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내 앞을 막고 있는 커다란 벽을 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꿈이 사라지게 되었다.
아니, 스스로 꿈을 포기했다. 가 맞는 말이겠지.
그런데 예준이의 단 한 문장으로 인해 멈춰있던 나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이제는 잊어버렸던 나의 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잊어버렸던, 아니 잊고자 했던 나의 꿈, 가수.
***
내가 플레이브에 합류하고 나서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함께 할 가족들이 정해졌다. 마지막 가족인 하민이의 경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계속된 설득 끝에 칭찬 감옥에 갇혀있던 하민이가 우리의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와줬다.
다섯 명의 가족이 모여 데뷔하기까지에는 쉽지만은 않았다. 노래를 만드는 것도, 원래는 계획되지 않았던 춤을 추는 것도, 그리고 춤을 만드는 것도. 어느 하나 쉽게 흘러가는 법이 없었지만, 이러한 순간마저 너무 즐거웠다.
좋은 멜로디와 가사가 나오지 않아도, 사비를 들여 맡긴 안무가 아쉬워 처음부터 다시 안무를 재창작할 때도, 고된 연습으로 연습실에 쓰러짐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가족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겠지.
점점 수면 아래로 내려가던 가수라는 꿈을 다시 한번 꿈꿀 수 있다. 라는 사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기다릴게’라는 곡으로 처음 데뷔하고 대중은 우리에게 응원과 격려, 호기심, 그리고 비판과 비난을 보여주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팬이라는 것이 생기고, “PLLI”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첫 번째 싱글 1집과 디지털 싱글을 지나 첫 번째 미니앨범을 준비할 때는 예준이에게 플레이브를 하겠냐고 처음 전화가 왔을 때처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이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 “여섯 번째 여름”
처음에는 제목을 정할 때 왜 여섯 번째 여름인지 궁금하였는데, 꿈을 찾은 다섯 명의 소년과 그 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팬들을 만나 여섯 번째 여름의 시작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듣고 아까의 궁금증은 눈 녹듯 사라졌다.
개개인 앨범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단체 촬영이 남았는데, 아직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던 멤버들에게 과거에 책을 보면서 나중에 촬영할 일이 있으면 여기에서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 떠올라 사진을 보여주자, 멤버들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여기 어때?”
“노아야, 너는 지인짜 대박이다.”
장소가 정해졌으니 얼른 촬영하러 가자는 동생들의 말에 나는 예준이와 함께 짐을 챙겨 그곳으로 향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들판 위를 가득 채운 노란색 꽃에 동생들은 미소 지으며 들판을 향해 달려가고, 내 옆에 있던 예준이는 동생들을 향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예준이도 곧 미소를 지으며 동생들이 있는 들판으로 뛰어갔다.
꽃이 가득한 들판 위를 뛰어다니는 가족들을 보며 나는 괜히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여기서 눈물을 흘렸다가는 몇 개월 치의 놀림감을 주는 거기 때문에 고개를 숙여 악착같이 눈물을 참았다.
눈물은 참는 대신 떨려오는 나의 몸은 멈추지 못하였지만, 나의 손을 따스하게 감싸오는 온기에 고개를 들자,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는 하민이의 얼굴 뒤로 밤비, 은호, 그리고 예준이의 얼굴이 보였다.
“형, 얼른 가요.”
그렇게 이야기한 하민이는 나의 손을 더욱이 꽉 잡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맨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우리를 부르는 밤비, 그런 밤비에게 달려가는 예준이, 나와 하민이를 향해 미소 지으며 달려가는 은호, 그리고 나의 손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처럼 꽉 쥐고 달려가는 하민이.
어둠 속에 있었던 나의 꿈이 네 명의 가족들과 소중한 팬들을 만나 수면 위로 올라오며 빛이 되었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곱 번째 여름이 다시 또 찾아왔다.
마리골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